'객관적 정황의 재구성'이 성패를 가른다, 학폭상담 소송의 쟁점 분석
과거 '아이들 사이의 다툼'으로 치부되던 학교폭력은 이제 교육적 해결의 임계점을 넘어 엄격한 법리적 잣대가 적용되는 사법 영역으로 완전히 편입되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발표와 가해 기록의 대입 반영 강화 기조는 학교폭력 문제를 단순한 징계를 넘어 한 개인의 생애 주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변수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기류 속에서 학폭상담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상담의 주체가 피해자 측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피해자 측은 실질적인 보호와 피해 회복을 위해, 가해자 측은 과도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방어하기 위해 각자의 법적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학교폭력 사건의 초기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학폭상담은 이후 전개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와 행정소송, 나아가 형사 고소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분수령이 되었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학폭상담을 요청할 때 가장 빈번하게 범하는 실수는 감정적 호소에 매몰되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학폭위 심의위원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피해의 '정도'가 아니라 피해 사실의 '입증 가능성'이다.
판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지점은 행위의 지속성, 고의성, 보복 행위의 유무다. 단순히 "우리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주장만으로는 가해 학생에게 강제전학(8호)이나 퇴학(9호)과 같은 중징계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전문적인 학폭상담 과정에서는 메신저 및 SNS 기록의 휘발성 차단, 목격 학생들의 진술 확보, 신체적·정신적 피해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진단서의 전략적 배치 등 객관적 정황의 재구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피해자 측 상담의 본질은 가해자의 행위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명시된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지 가려내고 입증하는 데 있다.
반대로 가해 혐의를 받는 측에서의 학폭상담은 '무조건적인 부인'이 아닌 '처분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최근 사법부는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 처분에 있어 '비례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추세다. 즉, 행위에 비해 과도한 처분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판단될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가해자 측 상담에서는 초기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여 쌍방 폭력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가해 학생의 진지한 반성과 보호자의 선도 의지를 피력하여 학폭위 점수 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 또한 학폭위 개최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충분한 진술권이 부여되었는지 등 절차적 하자를 포착하여 추후 행정심판이나 집행정지 신청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학교폭력 사건은 소년법적 성격과 행정법적 절차, 때로는 형법적 판단이 혼재된 고난도 영역이다. 단순한 교육적 중재를 넘어선 사건일수록 수사 기관의 시각으로 사건을 조망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인천, 전주, 안양 등 일선 검찰청 현장에서 수많은 소년 사건과 강력 사건을 다루어 온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대표변호사는 "학교폭력 사건은 초기 진술서 한 장, 상담 기록 하나가 향후 수사 결과와 판결의 기초가 된다. 검사 시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승소의 핵심은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을 찌를 수 있는 객관적 정황을 어떻게 증거로 입증하느냐에 있다. 피해자에게는 가해자의 고의를 증명하는 날카로운 창이, 가해자에게는 억울한 낙인을 막아내는 견고한 방패가 필요하다. 학폭상담 결과는 한 학생의 인생을 결정짓기에 초기 단계부터 치밀한 법률적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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