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계약 파기, "계약금 배액 물어주면 끝난다"는 안일함이 파국 부를 수도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더 높은 가격에 집을 사겠다는 새로운 매수인이 나타나거나, 주변 개발 호재로 집값이 폭등하면 집주인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민법 제565조에 따라 이른바 '배액 배상(받은 계약금의 배를 돌려주는 것)'을 통해서라도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새 계약을 맺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매수인이 가만히 기다려줄 때만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다. 실무상 매매계약파기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분수령은 매수인의 '이행의 착수', 즉 중도금 지급 여부에 달려 있다. 많은 집주인이 계약서에 적힌 중도금 지급 기일 전까지는 안전할 것이라 방심하지만, 법리는 집주인의 생각보다 훨씬 매수인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서에 중도금 지급 기일이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특약 사항에 '기일 전 중도금 지급 금지'라는 조항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매수인은 기일 전이라도 중도금을 먼저 입금할 수 있다. 집주인이 계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눈치 빠른 매수인은 기일 아침이나 심지어 몇 주 전이라도 집주인 계좌로 중도금의 일부를 송금해 버린다.
이 단 돈 몇백만 원의 '선제 입금'이 가지는 법적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매수인이 중도금을 입금하는 순간 이행의 착수가 인정되어, 집주인은 더 이상 계약금 배액을 물어주는 방식으로는 계약을 파기할 수 없게 된다. 이제 계약은 일방적으로 깰 수 없는 '구속력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 상태에서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아버리고 등기까지 넘겨주는 경우, 단순한 민사상 계약 위반을 넘어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형사 사건이 된다. 이에 더해 매수인이 제기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과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에 휘말려 안방을 통째로 내주어야 하는 '외통수'에 갇히게 된다.
그렇다면 집값 변동성이 큰 시기에 집주인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할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계약서 특약에 '중도금(또는 잔금)은 정해진 지급 기일 전에 미리 지급할 수 없으며, 기일 전 지급은 이행의 착수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다. 이 한 줄의 특약이 매수인의 기습적인 중도금 입금을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방패가 된다.
만약 이미 계약서가 작성된 상태에서 매수인의 기습 입금을 막아야 한다면, 속도전이 생명이다. 매수인이 입금하기 '전'에 명확하게 계약 파기 의사를 통보하고, 약속된 배액 배상금을 매수인 계좌로 송금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법원에 '변제공탁'을 완료해야 한다. "내일 얘기하자"며 하루를 미루는 사이에 매수인의 송금 알림이 울린다면, 판세는 완전히 뒤집힌다.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는 "수도권재건축재개발조합연합회 자문위원장과 자산처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며 수많은 대규모 부동산 거래와 소유권 분쟁을 경험했다. 매매계약파기 소송은 하루, 아니 단 몇 분 차이로 수억 원의 자산 향방이 갈리기 때문에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 집주인들은 보통 '내 집인데 계약금 물어주고 내가 안 팔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사태를 안일하게 보다가 가처분 결정문을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곤 한다. 매수인과의 갈등 기류가 감지되었다면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현재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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